국내 이슈

[특집] 여전히 풀지 못한 국제 제약 시장의 딜레마

스탁일보 2013. 4. 4. 08:18


지금 인도에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Novartis)가 15년 동안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인 글리벡(Glivec)이란 약이 있다. 이 약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으로, 노바티스는 작년 한해 이 약의 판매로만 47억달러(약 4조 8000억원)을 벌었다. 하지만, 인도에서의 판매 수익은 전혀 없다.


왜 노바티스는 인도에서 해당 약에 대해 15년 동안 특허출원 중이며, 인도 정부는 왜 치명적인 질병을 고칠 수 있는 이 약의 특허 등록을 막고 결국 판매되지 않게 하는 것일까?


노바티스의 글리벡


다국적 제약회사와 인도 같은 저소득층 국가 간의 입장 차이


노바티스가 15년동안 인도에 신약에 대한 특허 출원을 진행한 것으로 볼 때, 노바티스는 인도 진출을 강력히 원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인도 정부가 특허 거절 혹은 연기를 했을 때, 인도 시장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면, 인도 시장을 포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바티스와 같은 다국적 제약 회사에게 인도 시장은 그 자체로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인도 제약 시장은 2011년 160억달러(약 17조원)에서 2020년 490억달러(약 50조원)으로 급성장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선진국의 제약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데 반해, 상대적으로 인도와 같은 저소득층 국가는 성장 가능성이 아주 크다. 또한, 저소득층 국가에서는 선진 의료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질병이 많다. 따라서, 신약에 대한 수요적인 측면에서 볼 때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저소득층 국가에 진출하려는 강한 동기 부여가 된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노바티스의 글리벡이라는 약에 대한 특허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는데, 그 이유는 특허권을 줄 경우 그 약에 대한 판매 독점권이 노바티스에게 주어지고 동시에 자국의 제약회사의 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인도 정부 입장에서는 노바티스가 신약을 특허 등록없이 판매해 다른 복제약을 허용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것이다.


복제약을 허용하려는 이유는 자국 제약회사의 발전 및 수익 보장도 그 이유겠지만, 사실 특허권을 줄 경우 그 판매 독점권으로 인해 해당 신약의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노바티스 글리벡이란 약이 독점적으로 팔리게 되면, 그 약의 가격이 너무 높아 해당 약을 필요로 하는 국민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말했듯이, 인도 정부는 인도내 다른 제약업체가 복제약을 만들도록 허용하여 최대한 많은 인도 국민들로 하여금 해당 약을 값싸게 복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다국적 제약 회사의 입장과 이것을 옹호하는 입장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인도 정부가 자국 제약업체를 보호하고, 동시에 보다 싸게 약을 보급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질병에서 치료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들어간 비용 및 시간을 보상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것을 보상받지 못한다면, 어떤 제약회사도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일반적인 생각이 있다. 개발한 후 누구나 복제해서 똑같은 약을 개발하도록 허용한다면, 처음 개발한 제약회사는 괜히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일만 한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이렇게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다면, 제약 제조 기술 자체가 정체되며, 인류의 건강 역시 더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보다 악화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누구나 복제할 수 있도록 한다면, 아무도 새로운 약을 개발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이럴 경우 인간의 질병은 치료될 수 없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아무도 새로운 약을 만들지 않으니, 그 복제약도 나올 수 없다. 즉,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을 막는 것은 제약 업계 전체를 죽이는 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제약업체는 오랜 시간 비용, 시간 그리고 노력을 들여온 새로운 치료제 혹은 신약에 대해 제값 받고 팔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약업체도 영리 기업으로서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단순히 인류애라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인 것이다. 



인도 정부의 입장 


인도 정부는 15년동안 노바티스의 야심작인 글리벡이라는 약에 대한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 약은 더 싸게 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되어야 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복제약을 허용함으로써, 인도 자국의 제약회사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노바티스는 이에 반대하여, 인도에 해당 약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신약 판매로 돈을 벌겠다는 기업의 가치와 인간의 질병을 고쳐야겠다는 인류애의 충돌이다. 제약회사는 약을 팔아 수익을 창출한다. 인간의 질병은 약을 통해 치료된다. 따라서, 돈이 없어 약을 살 수 없는 사람은 질병에 고통받는다. 물론, 제약회사는 약을 살 수 없는 이들에게 약을 무료로 혹은 값 싸게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더욱 고통받게 되고, 보다 일찍 삶을 마감할 수 있다. 만약 제약회사가 약을 무료로 혹은 값 싸게 제공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의사가 없어서 병을 고치지 못했지만, 요즘은 돈이 없어서 병을 고치지 못한다는 슬픈 사회상도 많이 풍자되고 있다. 그만큼 시대는 많이 변했고, 의사들은 환자들의 병을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닌 자금줄로 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인도 정부는 자국의 사정을 이해해주길 바라며 돈을 버는 것보다 보다 많은 환자들의 병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라고 신약 개발회사에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제약회사-저소득층 국가간의 딜레마


다국적 제약회사도 신약을 개발할 때, 사람들의 질병을 고쳐주기 위한 마음이 클 것이다. 이 약으로 새로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그 기쁜 마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약을 개발할 때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최소한 영리 법인인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개발하면서 부담했던 최소한의 기회비용을 모두 보상받고자 하는 것이 신약을 개발한 제약회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소득층 국가 입장에서 볼 때 다국적 제약업체에게 모든 판매권과 그에 따른 수익을 보장해 줄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우선 자국 제약업체를 키워 하루빨리 다국적 제약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하고, 현실적으로 저소득층 국가에 신약 가격에 대한 부담이 너무나 커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 제약회사와 저소득층 국가 간의 신약에 대한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협상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협상 자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약회사는 신약 개발에 대한 노력을 빨리 보상받고자 하고, 인도 같은 저소득층 국가의 정부는 신약에 대한 가격 인하는 물론 출시 동시에 복제약도 허용되길 바라고 있다. 팽팽하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말이다.


당연히, 이러한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 속에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은 그 약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노바티스의 글리벡이라는 약이 현재 15년간 인도에서 팔리지 않았다는 것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가진 이들이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단 뜻도 된다. 그리고, 미래에도 팔리지 않고, 또 그 약을 인도내 다른 누가 개발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고통이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누가 양보를 해야 하는데, 현재는 제약회사와 저소득층 국가간의 딜레마 속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해외부

<저작권자 ⓒ 스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