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주식, 부동산 등)

금융공학 입문 방법에 대한 단상 斷想 2

스탁일보 2015. 6. 22. 19:01

금융공학의 본질이 인문사회과학이지만 분석도구로 수학, 통계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을 많이 사용하는 탓에 금융공학 분야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 이런 분야의 지식 습득을 게을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도구들을 어떤 시각에서 이해해야 하는지가 대단히 중요한데,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좀 오래된 일이지만 입사면접 당시에 있었던 일화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박사학위를 받고 두 번째 직장으로 기업신용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여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그 당시 기업신용평가는 회계자료 분석을 중심으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여 신용등급을 판정하는 전통적인 기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면접을 담당한 한 임원 분이 회계사 자격증도 없고 회계전공자도 아닌 사람이 어떻게 이 곳에 지원을 했는지 상당히 염려스럽다는 듯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다소 당돌하게 질문에 질문으로 답했습니다. “컴퓨터 사용하실 줄 아시죠?” 그러자, 질문을 받은 임원이 다소 불쾌한 표정으로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일상업무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사용할 줄 안다고 답변하셨습니다. 그래서 또 질문을 했습니다. “그럼 컴퓨터에 들어가는 CPU 만드실 줄 아시죠?” 이 질문 때문에 두고두고 그 임원과 불편한 관계로 회사 생활을 한 저로서는 상당히 불행한 경험이었지만 금융공학에 필요한 도구학문들을 어떤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는 지를 설명하는 데 이 보다 더 나은 예를 찾기가 어려워 자주 사용합니다.



 


일상 업무에서 엑셀로 계산하고 워드로 글 작성하고 3D 게임을 신나게 즐기는데 CPU 만들 줄 몰라 불편을 겪으신 분 혹시 있으세요? 적어도 저는 아무 불편을 못 느낍니다. 물론 CPU 내부 구조를 아주 잘 알아야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아주 희귀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이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컴퓨터는 CPU 내부 구조를 몰라도 사용자가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연결고리가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연결고리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아서 개개인에게 생고생을 전가시키는 제품은 애당초 팔리지 않을 것입니다. 




 

금융공학을 위해 도구학문, 즉 수학, 통계학, 프로그래밍 등을 배우는 과정도 위의 예와 유사합니다. 금융공학에 입문하시는 많은 분들이 이런 도구학문을 마치 CPU 만드는 과정을 배우듯 공부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금융공학에는 수학이 많이 사용됩니다. 금융 수학이라고 하죠. 그런데, 금융공학에서 사용하는 이 금융 수학을 배우는 과정과 순수수학을 연구하기 위해 수학을 배우는 과정이 같을 수 없습니다. 수학이 추구하는 것은 일반화이기 때문이 수학에서 만들어 내는 모든 개념들은 그 어떤 분야에 사용되어도 모순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상화의 정도가 아주 높습니다. 금융공학에서 필요한 것은 이런 극한의 추상화를 요구하는 수학개념 자체의 개발이 아니라 이미 개발되어 있는 수학 개념을 금융시장 분석에 필요한 수준으로 적절히 재해석하여 활용하는 것입니다. 비유를 들어 말하자면 수학이라는 CPU 자체가 아니라 수학과 금융공학 간의 적절한 연결고리를 찾아 업무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컴퓨터 사용법을 익히려면 컴퓨터의 핵심인 CPU 만드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고 누군가가 주장한다면 언뜻 듣기에는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컴퓨터를 한 번도 사용해 본적이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금융공학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의 글은 콴트글로벌 한창호 대표에 의해 쓰여졌습니다.